영드 블랙미러 - 공주와 돼지 그리고 고디바(GODIVA)

요즘 넷플릭스를 통해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Black Mirror)를 즐겨보고 있습니다. 블랙미러는 사실 오래전에 방영된 드라마 인데요, 영국 텔레비전 방송 Channel 4에서 2011년 12월 18일부터 방영한 SF 옴니버스식 드라마 입니다. 참고로 제작자인 찰리 브루커는 유명한 풍자 코미디언이라고 하네요.




1. 블랙미러 드라마 컨셉은?
이 드라마에 대한 컨셉은 아래와 같은 그의 인터뷰를 통해 잘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기술이 마약이나 마찬가지이고 사용되기도 마약 같이 사용되고 있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무엇인가? 불안함과 즐거움 사이의 모호한 존재가 바로 블랙 미러다. 타이틀에 나오는 '검은 거울'은 모든 벽과 책상에 있고 모든 사람의 손바닥에 있다: 차갑고 번쩍거리는 텔레비전 화면, 모니터, 스마트폰이 바로 '검은 거울'이다."
- 가디언 지에 실린 찰리 브루커의 인터뷰




대개 미디어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란 표현으로 많이 쓰는데요, 블랙미러(Black Mirror), 즉 검은 거울이란 제목은 전자기기를 껐을 때의 검은 화면에 그것을 보는 사람의 얼굴이 비친다는 점에서 따왔으며 미디어의 부정적인 면들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SF 옴니버스 드라마로 매 에피소드가 내용이 이어지지 않고 독립적이며 미디어와 기술발전의 부작용이라는 주제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습니다. SF라곤 해도 대부분 근미래를 배경으로 기술에 대한 현실감이 있어 좀 더 몰입이 되는 것 같습니다.




2. 블랙미러 에피소드1 - 공주와 돼지 ###스포주의###

블랙미러의 첫 에피소드이자 역시 드라마의 성향을 가장 대표하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체 스토리 요약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영국 공주가 납치되어 납치범의 요구사항이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 중계되고 납치범은 영국 수상이 오후 4시 정각에 생중계로 돼지와 성행위를 할 것을 요구합니다.

정부에서는 언론사에 보도통제를 지시하고 유투브에 올라온 영상도 지웠지만 이미 정보는 통제할 수 없이 퍼져나가는 중이었다.

결국 정부에선 파일을 업로드한 위치를 추적해 구출작전을 계획하는 한편, 포르노 배우와 CG를 동원해 허위 장면을 꾸며내는 방편도 준비합니다. 그러나 스튜디오로 향하는 포르노 배우의 사진이 행인에게 찍혀 SNS에 올려지자 납치범은 공주의 손가락을 잘라내는 영상과 함께 잘린 손가락을 방송국에 보내며 재차 협박하게 됩니다.

공주의 손가락이 잘린 것과 정부가 속임수를 쓰려 한 것이 보도되자 여론은 '수상이 수치스러운 일을 할 필요는 없다, 공주가 죽어도 수상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에서 '공주를 구하기 위해 수상이 수간을 해야만 한다'는 쪽으로 급격히 돌아서게 됩니다. 더불어 급하게 시행된 구출작전 또한 프록시 서버와 더미 인형에 낚이면서 실패한다.

납치범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공주가 죽는다면 단순히 실각하는 것을 떠나 모두가 경멸하는 인물이 될 것이며 가족과 신변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는 보좌관의 충고에 수상은 별 수 없이 돼지와 성행위를 하게 됩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대중들은 처음에는 수상을 비웃으며 낄낄거렸고, 스포츠 경기를 즐기듯 펍에서 맥주와 함께 환호하며 관전하는 사람들도 보여줍니다.

모든 사람들이 수상의 중계를 보느라 거리는 텅텅 비었고 인도에 사람도, 도로에 차도 사라지는 영상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진정제를 맞고 풀려난 공주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 한 채 방치되었고, 쓰러지고 나서 시간이 한참 흐른 다음에야 구출됩니다.

CCTV를 분석한 결과, 공주는 3시 30분에 풀려난 것으로 밝혀졌으며 잘린 손가락도 공주의 것이 아니라 납치범의 것이었고 보좌관은 뒤늦게 납치범의 목적을 깨닫고는, 이러한 사실을 수상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없도록 보고서에서 지울 것을 지시합니다.




3. 고디바(GODIVA)와 대조적인 현대 풍자

이 드라마를 보면서 '고디바'라는 벨기에 고급 초콜릿 브랜드가 생각났습니다. 그 상징인 말을 탄 나체 여인 그림은 전설의 고다이바 부인을 나타내는데요, 전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지금의 영국 코번트리에 살던 고다이바 부인은 그녀의 영주인 남편이 책정한 터무니 없이 높은 세금으로 백성들이 고통을 받는 것을 보고 세금을 감면해달라고 남편에게 여러 차례 애원합니다.

그녀의 애원에 이기지 못한 남편은 결국 고다이바 부인이 나체로 말을 타고 길거리에 나가면 이를 들어주겠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설마 부인이 이를 따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한 말이었지만 고다이바 부인은 성의 주민들에게 실내에 머물고 창을 가리라고 명한 뒤 정말로 나체로 말을 타고 코번트리의 길거리를 지나가 백성들을 향한 애정을 증명했다고 합니다. 백성들은 그녀를 위해 모두 창문을 닫고 커튼을 닫고 문을 잠갔다고 합니다. 고귀한 부인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한 엄숙한 결의 였지요.

백성을 위해 나체로 거리를 돌던 고다이바 부인과 공주를 위해 희생하는 총리를 위한 대중의 반응은 정말 대조적입니다. 그를 위해 눈을 돌리려고 했던 사람은 한명도 없었고, 모두 그 장면을 보기 위해 TV앞에 있었죠. 심지어 흡사 스포츠 경기를 즐기듯이 말이죠.


인간의 본능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요? 수상의 부인의 이야기처럼 인간은 다른 사람의 굴욕을 즐기는 존재일까요? 전 그래도 아직은 고다이바 부인을 위한 대중의 모습이 더 공감이 갑니다. 숭고한 용기를 가진 리더와 공동체적 윤리의식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에피소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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